재빈이의 입성

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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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재빈이는 예상보다 상당히 일찍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난지 5주만에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조용~한 귀여운 깜찍둥이.
야단법석을 떨며 집안 구석구석을 털고 닦고, 침대까지 분해하여 작은방에 쳐박아 버린 집안은 재빈이에게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만큼 깨끗하였다.  큰방은 가구가 없어진 탓에 말을 하면 빈방처럼 소리가 울리었다.

재빈이와의 첫날밤.
귀를 째는 울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내는 젖을 짜다 만듯 웃통을 벗은 채 울고있는 재빈이를 안고서 혼자 쩔쩔매고 있었다.  아까 자기전에 11시에 젖병을 물렸는데, 벌써 또 젖을 주어야 한다나...매 3시간마다 되풀이 되어야 할 일상이란다. 어휴~.
그런데 아직 3시간이 다 지나기도 전에 배고픈지 악을쓰며 울어대는 통에 초보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안고 달래기를 30여분 하다가 젖병을 물렸다. 금세 '쪽쪽'소리를 내며 조용해지는 녀석. 
간신히 첫번째 위기를 모면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을까?
아니다...또 다시 3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귀를 째는 아성.
도무지 누가 일부러 깨워서 저러는 건지 배가 고파서 깬건지, 또다시 초보엄마는 재빈이를 안고 쩔쩔매야했다.  

하룻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음날도 시간마다 잠을 깨야만 했다.

세쨋날.  그동안 잠을 잔 것인지 만 것인지, 머리가 멍~허니 핑핑 돌고 코가 아리~하며 눈꺼풀이 풀썩풀썩 거렸다. 게다가 내일은 아내가 재빈이를 데리고 운전하여 병원으로 외래를 가야 했으므로 내가 젖병을 물리겠노라고 칭했다. 
새벽 2시. 미리 젖병에 양을 맞춰놓고 10분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버티다 머리를 앞으로 처박고 잠깐 졸았다. 그래도 첫번째 무사 통과.
새벽 5시. 이번에도 미리 젖병을 준비했다가 30분 늦게 젖병을 물렸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울지도 않은 재빈이가 고맙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녀석이 잠에 취해 도무지 젖병을 빨지를 않는거다. 툭툭 쳐보기도 하고,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퉁~치기도 하였으나 비몽사몽.  
결국 출근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반도 채 안 먹었다.  으이구 성질나...  마음만 급해졌다. 아내도 일어나 목욕하며 병원갈 준비를 하였다.  그래도 재빈이는 꿈속을 헤메고...
혼자서 젖병을 물렸다 깨웠다 쩔쩔매는데, 갑자가 재빈이 녀석이 간신히 '쪽쪽' 빨던 입술을 멈추더니...씩~ 웃었다. 화들짝! 뭣땜시 웃는거야.  다시 재빈이는 잠에 빠지고 남은 젖병은 아내에게 넘겨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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